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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5-11-24

- 강성진 합천군농민회 사무국장

 

지난 1114100여명의 합천군 농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쌀값에 대한 대책 촉구와 밥쌀용 쌀 수입을 중지할 것을 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 전국의 3만여 농민들이 모여 1시부터 시작한 농민대회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쌀전면개방과 무분별한 FTA, 묻지마식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추진 등 정부의 개방농정 실패를 성토하고, 쓰러져가는 이 땅 농업농촌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자하는 마음들로 뜨겁지만 평화롭게 진행됐다.

이날은 우리 농민들 뿐만 아니라 그간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악 저지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그리고 아직도 우리 국민들에게 큰 상처와 죄책감으로 남아있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전국의 10만 민초들이 함께 모여 민중총궐기대회를 공동개최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평화롭게 농민대회를 마치고 이날 함께 민중총궐기 대회를 준비한 노동, 빈민 등 제 단체들과 함께 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우리 국민들의 성난 민심이 두려웠을까? 광화문을 향하는 우리를 맞은 것은 드넓게 열린 광장이 아니라, 쥐새끼 한 마리 드나들 틈 없이 광장입구를 막고 늘어 선 박근혜정부의 경찰차벽이었다.

대회준비부터 우리 전국농민회 총연맹과 민중총궐기 주최측은 대회를 평화롭고 안전하게 진행할 것임을 밝혔고, 이날도 모든 과정이 우리의 약속대로 진행되었다.

분명 대한민국 헌법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집회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종편채널과 보수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폭력시위 우려 때문에 경찰이 사전에 차벽을 설치하고 집회를 불허했다는 말은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는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헌법의 가치를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초헌법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전달하는 길을 차벽으로 막아 가뜩이나 흥분한 군중들을 자극한 진짜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는 명명백백하다.

이번 백남기 농민의 살인폭력진압도 이런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일이다. 물 샐 틈 없이 꽉 막힌 저 차벽을 보면서 우리 농민들은, 국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절망과 분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물대포 영상을 보라. 이미 맞아 나가 떨어져 쓰러진 70세 고령의 노인을 다시 정조준해서 쏘고 있다. 과연 저들이 우리를 향해 조준했던 것이 물대포가 아니었다면...섬뜩하다!! 하기야 이날 이 사건이 있자마자 쏟아내는 이 나라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이란 자들이 내뱉는 망언을 듣고 있노라면 내 상상이 그리 무리한 것만은 아니지 싶다.

정당한 항의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폭도로 규정하고, ‘선진국인 미국에선 범인으로 오해받은 사람은 뒷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는 걸로 인식해 쏴 죽여도 정당한 공무로 본다며 이런 게 선진국 공권력이라고 찬양하는 이완영이라는 작자의 인식수준이라면 내 상상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집회의 폭력성을 논하기 전에 이 나라의 공권력을 청와대를 지키는 호위대 쯤으로 생각해 일반 국민들은 먼발치에서도 그 곳을 바라보지 못하게 철저하게 차단하고 폭력진압으로 대하는 현 정권의 불통과 야만성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지금도 서울대병원 앞 마로니에 광장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의식불명상태로 병상에 누워계신 백남기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촛불문화제와 살인폭력진압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의 파면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작은 힘이지만 오늘 우리 합천군 농민회원들과 함께 백남기님의 쾌유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농성에 함께하기 위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서울로 향하는 차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국가라는 것에 대해서....

천재물리학자이자 열렬한 평화주의자였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국가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국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과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국가의 기본자격조차 있다 할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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