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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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바다와 하늘 권정생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 보면 아랫바닷물도 파아랗고 윗하늘 빛도 파아랗고
누가 먼저 파랬나? 누가 나중 닮았나? 바다는 하늘을 쳐다보고 하늘을 바다를 내려다보고
바닷물을 무거워 가라앉았고 하늘은 가벼워 떠올랐나봐
용왕님은 바다 주인 옥황님은 하늘 주인
누가 먼저 났나? 누가 나중 닮았나?
파아란 옛날에 파아랄 적 바다 하늘 요래 둘 함께 났나 봐.
(동시 삼베 치마 / 문학동네) |
오늘 소개한 시를 쓰신 권정생 선생님은, 동화 ‘강아지똥’의 작가로 유명하세요. 저도 어릴 때 학교에서 읽은 기억이 나요. 그 때는 이렇게 유명한 책을 쓰신 분이니, 선생님은 고급 아파트에서 멋드러지게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느날 우연히, 시집 ‘나만알래’를 읽게 됐는데요. 작가소개에 들어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허름한 흙집에 앉아 웃고있는 빼빼마른 이 분이 그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이라니! 그 뒤로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책을 여러 권 읽었어요. 시집도 읽고, 동화도 읽고요. 물 말은 밥처럼, 아주 술술 잘 읽히는 글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쉬운 이야기 안에,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았을까? 놀라웠어요. 정말로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는, 소금만 가지고도 깊은 맛을 낸다고 하잖아요. 책을 읽는 내내 그 말이 떠올랐어요. 오늘 소개한 ‘바다와 하늘’이라는 시도 그래요.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바다와 하늘이 서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잖아요. 바다와 하늘은 함께 태어나서 둘다 파랗구나. 하는 것이 시가 말하는 전부에요. 누가 먼저고, 나중이고는 중요하지 않고 모두 한 식구라는 이야기에요. 신기하게도, 저는 이 단순한 시를 읽으면서 마음 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어요. 사람들도 바다와 하늘 만큼이나 서로 닮았잖아요. 눈이 몇 개고, 코가 몇 개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마음 한 켠에 외로움 한 움큼 있고, 못되고 심술굳은 마음도 한 조각 있고, 어떤 보석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도 한 아름 있다는 거에요. 때로는 바보처럼 착해지기도, 얼간이처럼 똑똑해지기도 하는 우리들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 수록 서로 닮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남들보다 더 커지려고, 더 빨리 가려고,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너무 애를 써서 외로워질 때 마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해요. 그 길이 더 많이 외로워지는 길인데 말이에요. 권정생 선생님이 단순한 말로, 많은 질문들을 가진 글을 쓸 수 있는 건, 선생님 삶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은 단순하게 살아가는 분이셨고, 세상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분이셨어요. ‘누가 먼저 났나? / 누가 나중 닮았나?’ 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일까요? 그분이 남긴 정말 중요한 질문에, 이제는 답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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