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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4-10-07

최현석 합천군농민회 사무국장

 

일기예보에서 자주 등장하는 관측 이래 최초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 2024년 여름은 각종 폭염과 폭우의 기록들을 갈아치운 역대급 여름이었고, 폭염과 폭우는 9월 끝자락까지 기승을 부렸다. 농민은 기후재난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밖에 없었고, 여지없이 가슴에 생채기만 남고 주름살만 더 얻었다.

 

어디 한 해, 두 해 이야기는 아닐 진데, 매년 되풀이되는 이러한 상황 앞에 농민들은 무기력해 질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대책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볼 텐데,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는 다시 한 번 농민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생산비 폭등, 농산물 가격폭락, 기후재난 등 2024년 가을의 초입에 선 농민들은 생존의 길목에서 비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지난해 경상남도 농정국과 경남지역 제 농민단체들이 2024년 주요 농업예산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주요한 지표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경상남도에 한정한 지표이다). 첫째, 경상남도 농업예산이 전국 최하위라는 점, 둘째, 경상남도 농가소득이 전국 최하위라는 점, 셋째, 경상남도 농민수당이 전국 최하위라는 점 등이다. 물론 전체예산대비 농업예산 비중 또한 전국 최하위임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상남도 농가소득이 52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는 지점이다. 설사 통계상 오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농사지어 벌어들인 소득이 2022년 전국 평균 980만원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여기에도 근접하지 못한 전국 최하위의 성적은 그동안 경상남도가 농업정책에 있어 얼마나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다.

 

이에 농정국이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수십 년간 우려먹은 사업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소위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포장지만 바꾼 보조사업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대책일 뿐, 그 어떤 특단의 대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경상남도는 농업예산 확대와 농민수당 확대를 주장하는 농민들에 대해 더 이상 현금성 지원은 안 된다고 못 박고서는 농업정책은 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 반박했다. 도대체 수십 년간 고기 잡는 법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지금 농민 소득이 이 모양, 이 지경이란 말인가? 농민들이 고기 잡는 법을 몰라서 소득이 이 꼬라지인가 말이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변화를 기대했던 올해 경상남도 농정은 변함없이, 여전히 그대로이다. 농업예산 꼴찌, 농가소득 꼴찌의 불명예는 그대로 유지한 채, 한술 더 떠 우주항공청을 경남에 유치했다는 이유만으로 뜬금없는 우주농업 예산까지 책정해 놓았고 이른바 청년농업인 유입을 위해 스마트팜 예산은 보다 확대 편성하기에 바쁘다. 스마트팜으로 빚더미에 오른 청년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경남에서 농민으로 살아가는 게 참으로 버겁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릇 이러한 일들이 경상남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의 발상이 이러할 진데, 중앙정부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모든 것이 제대로 된 농정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수입개방 이후 전염병 퍼지듯 퍼져나간 신자유주의 기조가 농업관료들에게 깊숙이 침투한 결과이기도 하겠다.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과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경쟁력 강화,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현혹된 결과 오늘날 농업과 농민들의 처지가 이 지경에 이른 것 아니겠는가?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바꿔야 한다. 지난 시절 다 하지 못했던 이른바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농업대개혁의 과제를 이번만큼은 다시 만들어 내야 한다. 928일 결집된 힘으로 1120일 전국농민대회에서 전체 농민이 다시 광장을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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