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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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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요셉 할아버지

  

 

신부님요, 미사 강론 때 말입니더. 집안에서 신부나 수녀 나오거나 공부 잘해서 판검사 나오면 하느님께 영광이라 하셨지요. 그런데 우리 집안에는 신부나 수녀 한 사람 못 나오고 판검사 그림자조차 없으니 어쩌면 좋십니꺼?

 

우리 집안은 본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서 큰 아들놈은 골짝에서 나랑 농사짓고, 작은 아들놈은 공사장에서 일을 합니다요. 딸년들도 제대로 배운 게 없으니 신발 공장과 전자 공장에 다닙니더.

 

신부님요, 자식놈들 농사짓고 공장에 다니면 하느님께 영광이 안 됩니꺼? 정말 안 됩니꺼? 한평생 죽어라 일만 하고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아들아, 얼마 전에 농부인 요셉 할아버지가 신부님한테 하시던 말씀을 그대로 써 보았단다. 시라 해도 좋고 잡문이라 해도 좋다. 아무튼 요셉 할아버지 말씀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기후변화로 머지않아 우리가 사는 지구가 물에 잠기거나 불탄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도 없는 이 시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길은 무엇일까? 길마다 지구를 달구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어 흙 한줌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어떤 영광을 드리고 있을까? 생명이라고는 아예 살 수 없는 콘크리트로 수십 억짜리 성당을 지어 놓고 오직 입으로만 하느님을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어떤 영광을 드리고 있을까? 한해 내내 단 한 하루도 땀 흘리며 일하지 않고 손수 배추 한 포기 심고 기르지 않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어떤 영광을 드리고 있을까? 여름이면 대형 냉방기를 겨울이면 대형 온방기를 틀어 놓고 십자가 앞에서 기도드리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어떤 영광을 드리고 있을까?

아들아, 지구온난화에서 지구 가열화로, 기후변화에서 기후 위기로, 이젠 기후 비상사태란 말까지 들리는 어지럽고 불안한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별은 대량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로 자연 생태계는 큰 몸살을 앓다가 이젠 스스로 일어설 수조차 없게 되었어. 조류독감, 구제역, 광우병,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을 못살게 구는 두렵고 무서운 이 시대에 우리는 을 찾을 수 있을까? 너한테 아니, 나한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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