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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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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이모가 사준 책이었다. 제목은 씩스틴이었고 얇은 그림책이었다. 그래서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슬픔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였다.

광주 민주화 운동, 5.18 민주화 운동은 역사책에서 본 적이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소리 내던 사람들을, 우리나라의 국민을 처참하게 학살하고 탄압한 사건 그들은 그렇게 희생당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고작 역사책 한 페이지의 줄글로만 읽었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씩스틴이란 책을 읽었을 때 참담했던 그날의 광주를 다시 마주 보게 되었다.

책 씩스틴은 계엄군 즉 광주시민을 탄압하던 한 군인의 이야기이다. 이 군인에게 광주 시민은 그저 폭도일 뿐이다. 그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폭도일 뿐이라고, 그렇게 배웠다.

그랬기에 군인은 망설임없이 그들에게 폭력을 사용했다.....(중략)

이 책에서의 짧은 글귀 안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군인이 한 크림빵을 든 여학생을 쏘았을 때, 그 여학생이 총에 맞아 쓰러질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당시 광주 안은 훨씬 더 처참했었다. 하루아침에 나의 가족이 죽었고, 옆집 아저씨가 죽었다. 그들은 데모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인에게도 폭력을 사용했다.

광주는 피로 물들어 갔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대한민국의 군인의 손에 죽어갔다.

광주 민주화 사건을 다룬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그 사건에서 사람들을 탄압하던 한 군인을 인터뷰한다. 그 군인은 말했다. 자신은 그저 그들이 폭도라고만 생각했다고, 상부에서 그들이 전부 폭도라면서 가차 없이 제압하라 하였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 더 치가 떨렸다. 광주 시민들은 그저 폭도로 오해받으며 죽어 나갔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소식이라고는 신문이 전부였다. 하지만 언론이 통제당해 전혀 광주에 대해 알 수도, 갈 수도 없어싸. 그저 광주가 현재 폭도로 가득 차 있는 줄로만 알았다. 아무도 광주의 비참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광주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단절되어 버린 광주 안에서는 잔혹한 일들이 하루하루 벌어지고 있었는데, 오직 폭도들을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인이 광주 시민을 처리할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중략)

우리 집에서 걸어서 30분 걸리는 거리에 일해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은 5.18 광주 학살을 일으킨 전두환 대통령의 호를 따 만들어졌다. 본래의 이름인 생명의 숲을 바꾸어 일해공원이 되었다.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장본인의 호를 따 만든 이름이 왜 어째서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 그 공원은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많이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책하는 곳이다. 그런 곳의 이름이 비명과 총성이 광주에 울려 퍼지게 만든 사람의 호를 따 만든 이름일 수가 있단 말인가.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이 싫다. 공원의 이름은 바뀌어야 한다.....(중략)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날, 광주에서 있었던 일들을, 씩스틴은 나에게 광주에서 있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페이지의 글줄로는 전달되지 않던 광주의 비참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광주시민들이 겪었던 비참하고 참혹한 희생들과 아픔이 전해졌다. 그날 광주는 전장이었다. 그 전장을 나는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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