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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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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용주면 출신의 효당(曉堂) 김문옥(金文鈺)은 일제의 패망 소식을 듣고 장문의 한 시를 지었는데 / 을사(乙巳)와 경술(庚戌)의 협약과 국치가 새벽 일 같아/ 의로운 북소리 속절없이 꺾이고, 열사는 쓰러졌네/ 깊은 원수 우리 힘으로 갚지 못해 남의 손을 빌렸으니/ 이 원한은 만세토록 잊지 못하리라/ 변방의 젊은이들아, 빨리 돌아오너라!/ 바다 내의 영준(英俊)이 어지럽게 날고자 한다/ 이렇게 나라의 기반을 반석같이 굳게 다져/ 길이 동해의 물결로 다시 날지 못하게 할거나라고 했다.

(강석정, 합천! 그 때 그 시절, 도서출판 미담길, 2021, 259)

 

일제강점기에 의로운 북소리가 꺾이고, 열사들이 쓰러진 걸 안타까워 하시면서 해방 후 무너졌던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젊은이들을 부르셨다. 효당이 말씀하신 의로운 북소리를 듣고 싶다.

 

일해공원 표지석 안쪽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왼쪽에 합천군민 대종각이 있고, 오른쪽에는 3·1독립운동기념탑이 있다. 대종은 새천년이 시작되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합천인의 화합을 위해 삼천관쇠북을 달고, 합천군수 강석정이 2001616일에 대종기념비를 세웠다. 일해공원 표지석이 세워지기 7년 전이다.

 

화합을 위해 만든 군민대종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담겨 있다. 이제는 12·12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지켜야 할 국군을 정치에 동원했고, 5·18민주화운동을 쓰려 뜨리려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

민족독립을 위해 쓰러진 열사를 안타까워 하신 효당의 마음을 아는 합천군민이라면 5·18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광주에서 쓰러져간 민주주의 열사들을 추모해야 한다. 2023518일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주관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일해공원 명칭변경 촉구대회에 5.18 생존자 홍금숙·오기철 씨와 유가족, 합천을 비롯해 거창·함양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일해공원 표지석 철거와 단죄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주민들은 일해공원 표지석에 분필로 '새천년 생명의 숲'을 새기며 표지석 철거 스티커를 붙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속절없이 꺾이고, 쓰러져간 열사를 생각하며 일해공원 이름을 고치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군민들이 나서서 새천년공원에 있는 군민대종을 울리고, 삼천관쇠북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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