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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1-24

[독자기고] 일해공원 명칭은 제자리로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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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조. 부천희망재단 이사)

 

필자는 반세기 전 고향 합천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출향인이다.

부모님을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고 이순 종심의 나이를 지나 초로의 노인이 되면서부터는 수구초심의 옛말과 같이 어릴 적 고향 생각이 자주 난다. , 참꽃, 삐삐, 찔래, 오디, 목화 다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소먹이기, 꼴베기, 개똥줍기 하며 보낸 50~60여년 전 어릴 적 고향 마을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젊었을 땐 설과 추석, 부모님 생신 때라야 고향을 찾았지만 나이 들면서는 기쁠 때나 힘들고 어려울 때는 무작정 찾다보니 더 자주 가는 편이다.

 

2011년에 경기도 최초의 공익모금재단인 ()부천희망재단 설립에 함께하였고,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2017년엔 전국 243개 기초와 광역지자체에서 지역재단 설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당시 5개의 지역재단이 연합하여 ()한국지역재단협의회를 설립하였으며, 지금은 13개 재단이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제정 등 기부문화 활성화는 물론 ()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삶의 의미 찾기와 유산기부 운동를 하고 있으며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합천 사랑으로 적지만 마음의 기부도 하고 있다.

 

합천신문, 황강신문, 대야신문에서 배달해 주는 신문으로 고향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이하며 황강 변에 조성된 새천년 생명의 숲이 전두환의 아호를 사용한 일해공원으로 변경되었고 최근 그 명칭 유지와 변경 주장과 관련하여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해 공원 명칭 유지를 지지하는 재경합천향우회의 광고와 기고문 내용을 읽으며 의견의 다름은 인정하지만, 재경향우의 한 사람으로서 동의하지 않으며 그 내용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20세기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도의 간디는 '나의 삶이 나의 메시지(My Life is My Message)'라고 하였다. 사람의 이름을 딴 명칭은 무엇보다 해당되는 사람의 삶이 역사적으로 존경받고 본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이는 물론 후손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 왕조 시대도 아니고 단순히 대통령직을 수행하였지만, 무기수였던 사람의 이름을 이용한 공원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지역 정서에 따른 애향심, 자존심 등을 떠나 국가적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아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광고 내용에 동의하지 않은 향우도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한편,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맞는 이름인 새천년생명의 숲을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할 당시에 충분하게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회의 결의로만 추진하였으며, 명분 또한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 여론조사에서 다수가 되었다고 잘 못 정해진 이름의 유지를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으며, 일해라는 이름이 불편한 군민이나 국민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명분 없이 변경된 일해공원을 그대로 두는 것은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선정비를 세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할 것이며, 후세의 수치와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지금은 정의와 평화 생명 존중의 시대 정신을 두고 이성으로 성찰할 때라고 본다.

군주제왕시대도 아니고 막연하게 애향심으로 포장된 군민 정서로 이름을 유지 하자는 의견은 민주주의의 시대 정신은 물론 국민정서와 집단지성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명칭 사용에 걸맞는 기준의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두환이 누구인가?

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하였고, 5.18 민주 항쟁을 총으로 압살하였고, 무자비한 폭압정치에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문민정부 시에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과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되어 무기수로 확정된 사람이다. 추징금 2,205억원 중 체납액이 900여억원이다.

지난해 전두환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숨졌고 자신이 만든 민주정의당의 후신인 국민의힘 당의 공식 논평조차 없었다.

 

일해공원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합천인 모두가 자랑하는 경상우도 남명조식 선생과 그의 경의(敬義)사상과도 맞지 않는다. 남명선생을 이어받은 내암과 망우당의 정신이 나라와 백성사랑이라면, 5.18민주화 정신과 일백상통하며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은 이 정신과 명백하게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조지 산타야나).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는 법이다.

죽은자에 대한 관용이 미덕이라고 할지라도 그 이름의 공원을 물려 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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