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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1-12-07

[독자기고] ‘일해공원이란 이름은 정말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인가?

 

고동희(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간사)

 

무려 14년째다. 일해를 공원바위에서 새기고 나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원이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논란은 해마다 벌어질 것이다. 그때마다 합천은 어떤 범죄와 과오를 저지르더라도 출세가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한 고장으로 조롱받게 될 것이다.

 

합천유림회와 몇몇 인사들이 전두환 정권 시절을 태평성대라고 한다. 얼토당토 않지만 태평성대를 이끌었다면 용서받을 수 있는가?. 거꾸로 생각해보자. 전라도 어느 지역 출신 군인이 우리 합천에 와서 군민들을 무참하게 죽이고 짓밟았다. 무고한 합천군민의 희생을 제물삼아 대통령직까지 올랐다. 그 지역사람들은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이라 자랑하기 위해 고향 공원에 아호를 붙여 칭송한다면 과연 합천군민은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까?

나 좋다고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름을 붙일 권리까지는 없다. 전두환 정권한테 부당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이다. 다수의 군민이 부끄러운 이름 때문에 공원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혹자는 선비의 고장을 운운하지만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는 이가 어찌 선비를 들먹이는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 아이 이름을 지을 때와 비슷하게 공공의 공간에도 이름을 붙일 때는 공간의 성격과 정체성 그리고 가치, 지향점, 철학을 담는다. 전두환씨는 군사쿠데타로 헌법을 유린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권력으로 수천억원의 더러운 돈을 챙긴 사람이다. 그 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돈을 숨겨놓고 추징금도 내지 않아 조롱 받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 아호를 담은 공원은 도대체 무슨 가치, 지향, 철학을 지향하는 것인가? 우리 아이들과 후세들에게 오늘의 어른들이 어떻게 비춰질지 두렵지도 않은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정해진 이름을 구태여 바꿀 필요가 없다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께 묻는다. 정말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인가? 당시 행정력을 앞세워 분위기를 조성하고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절차 밟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모른다면 당시 언론보도를 찾아보시라. 바로 확인하실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일해공원이 법적 원칙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7년 당시 측량법과 건설교통부의 '지명 표준화 편람'에는 생존 인물의 인명 사용은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 지명 결정의 절차인 지방과 각 시·, 중앙의 지명위원회를 거쳐 결과를 관보에 고시하도록 돼 있지만, 이 과정도 무시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행정행위는 법과 규정에 근거하여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일해명칭변경은 애초에 그 정당성이 결여되었고 지명으로서 아무런 법적, 공식적 지위가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따위로 지명을 정한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공원이름을 둘러싼 입장은 다양하다. 다양한 입장이 서로 맞춰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은 과정과 결정의 적법성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공원이름을 주민발의를 통해 제안할 수 있고 행정은 지명위원회를 열어 주민발의안을 심의하도록 되어있다. 올해 두 차례 여론조사결과, 최소 40%, 최대 56% 일해공원 명칭변경을 원하는 군민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힘센 사람, 표되는 사람만 같은 군민으로 보는 군수와 군의원에게 기대지 않고 군민들 스스로 주민발의라는 법적 절차를 밟으려 한다. 우리 역사에 위정자들 스스로 개혁을 한 적이 몇 번이나 되던가? 끝내, 목마른 자가 샘 판다고 주민들이 나서야 역사는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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