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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1-22

[독자 기고] 농민의 입장에서 본 에너지전환과정

 

홍근대(합천 쌍백면 주민)

 

저는 농촌에서 자라서 도시에서 공부했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왔습니다. 9년전에 귀농을 했습니다. 농촌은 도시의 어머니입니다. 농촌이 없다면 도시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자식을 길러서 도시로 보내고 먹을 것 보따리 챙겨 아들 딸에게 보내는 농촌은 도시의 어머니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도시가 괴물같이 커져서 어머니의 살과 피를 달라고 합니다. 저는 에너지 전환을 이런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전기가 모자라니 아들, , 먹을 것만 아니라 피와 살도 내놔라는 식입니다.

 

합천군 쌍백면 어파마을에 500MWLNG발전소를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마을에서 설명회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파마을은 LNG발전소가 생기면 마을 자체가 사라집니다. 불과 3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발전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마을의 팔십이 넘은 어르신이 울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나이에 어데로 가서 살라꼬 우리보고 가라는가?”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절대로 안된다고 하시겠지.... 그런데 다음 말은 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우짜겠노 나라에서 한다면...”

 

이 분의 인식은 일제 강점기와 독재시대의 인식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현재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합천군과 남부발전이 믿고 의지하는 법도 개발독재시대에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입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법입니다.

이런 법을 들이밀면서 자기들의 뜻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연세가 높으신 농민들의 인식을 이용해서 굴복시키려합니다. 이런식으로 이루어지는 발전소가 어찌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이 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행정은 군민들의 유치청원동의서를 조작하고, 제대로된 설명회도 하지 않고, 반대투쟁하는 주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이간질을 일삼으며, 고발하며 기만하고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설득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철썩같이 믿는 것은 개발독재시대의 악법입니다. “너희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우리는 한다말로는 주민이 반대하면 이 사업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수차례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결국 2021831일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예정지 주민들이 극구 반대하는 것을 압니다라고 하면서 조작된 유치청원서를 근거로 군민들이 찬성하니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이런걸 폭력이라고 규정하지 않으면 무엇이 폭력이겠습니까?

합천은 LNG만이 아닌 100만평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도 건설예정입니다. 문제는 절대농지라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피와 살도 내놔라고 한다고 말 한 것입니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에너지전환이란 우리의 일자리인 농토를 빼앗으며 일자리 늘린다 하고, 가장 발전된 친환경농업을 파괴하면서 지역발전 시킨다고 하며, 혐오시설로 사람들 내쫓으면서 인구증가 시킨다고 말하는 그야말로 모순 덩어리입니다. 해마다 510톤의 쌀을 생산해서 도시를 먹여 살리는 우리를 향해 보상금 줄테니 배를 갈라서 내장도 내놔라고 억지부리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입니다. 사람이 베터리입니까? 전기만 먹고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까? 언제까지 식량은 돈 벌어 수입하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할 것입니까?

어머니인 농촌을 죽이면 자식인 도시도 죽습니다. 결국 도시를 먹여 살리는 것은 농촌입니다. 어머니를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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