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01-13
일전에 공원 이름 문제로 합천군청 담당 부서를 찾은 적이 있다. 이 문제는 “일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민들에 의해 현재 국회에 입법청원이 이루어져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합천의 미래에 대한 주제로 옥신각신할 때면 주저없이 이렇게 말 해왔다. “합천의 미래는 8,000억의 예산과 그것을 운용하는 800명 공무원의 손에 달려있다. 지역 내 생산기반과 민간역량이 턱없이 부족 하기 때문에 지역 내 생산요소들은 그 8,000억의 예산과 800명 공무원의 행정질을 학수고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주장을 해왔다. 나는 공무원 친화적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실제 친형제처럼 지내는 공무원들이 있을 정도로 우호적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공원 문제도 담당공무원의 입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일 것이라 짐작하고 우선 들어볼 요량이었다. 또한 전두환에 대한 인식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생각하는 그것처럼 그러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다만 사안에 대한 주민들의 갈등이 표출된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된 입장은 난처하겠지만 우리의 주장을 무슨 논리와 적절한 단어를 써서 설득하지? 라는 생각을 품고 군청 사무실을 찾았다.
이윽고 공무원들과의 대화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그동안 내가 품어왔던 합천군 공무원에 대한 애잔함과 기대 등은 쉽게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전두환의 “과”가 있지만 “공”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너무도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인데도 공무원 입에서 그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합천군 공무원들이 이런 정도의 가치판단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본향이 합천인 대통령이고 “과”도 있지만 당시 경기가 좋아 먹고 살기가 좋았으니 “공”이 있다. 그러니 “일해” 라는 이름 쓰는 건 문제가 없다 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말 나온 김에 따져볼 참이다.
공원 이름을 굳이 인명으로 해야 했는가? 만약 그랬더라도 왜 하필 전두환인가?
황매산에 나란히 자리한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 흔히 ‘삼봉’이라 하여 합천에 3명의 현인이 태어난다 한다. 한분은 조선을 건국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대병의 무학이요 한 분은 실천 유학의 뿌리 삼가의 남명이요 또 한 분은 남명의 수제자 야로의 내암이라 생각한다.
합천군은 이분들을 어떻게 선양하고 있나?
남명의 정신은 이웃 산청에 뺏긴 일은 오랜 사실이다. 내암 정인홍의 의병이 의령의 망우당 곽재우 보다 어느 한 구석이라도 모자란가? 의령을 보라 곽재우를 어떻게 선양하고 있는지?
황매산 모산재 하산길에 있는 국사당을 가보았는가? 무학이 조선건국을 기원하던 곳이다. 기와 파편과 소주병만 나 뒹군다.
해인사에는 정견모주를 모시는 사당이 있다. 정견모주는 6가야의 어머니이다. 건국 신화가 스며있는 땅 해인사 합천이다. 이번에는 이웃 성주에 가보라! 정견모주를 어떻게 신화화 하는지?
건국 신화를 품은 지자체가 더러 있던가?
이렇듯 정작 지켜야 할 합천의 정신은 이웃 산청, 의령, 성주에 다 뺏기고 고작 생각해낸 것이 전두환인가? 부끄럽지 않은지?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는 화목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선량한 인상의 이웃이며 성실한 공무원이었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희생시킨 악의 얼굴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일을 더 잘했어야 했다는 자책을 할 뿐이었다.
즉 악의 평범성이다. 악이란 너무나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가까이 접근해 있다
아이히만에게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결여 된 까닭으로 악행인지도 모른채 수백만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냈다. 열심히 나치의 공무원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합천군 공무원은 정녕 아이히만이 되려 하시나?
어떻게 800명의 공무원 집단이 일개 허접한 사기꾼에게 300억을 뜯길 수가 있나? 책임 있어 보이는 그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합천군의 후속 조치를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어떻게 국민을 자국의 군대를 동원해 학살한 살인자를 숭배할 생각을 할 수가 있나? 자신들의 누이가 군인들의 대검에 가슴이 도려내어지고 고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총맞아 죽고, 하루아침에 온 가족을 잃고 혈혈단신이 되거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 5월이면 제사 지내는 향내로 진동해도 그런 생각 하겠나?
아이히만의 행태와 그 근본은 다름이 없어 보인다.
공존의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사달이 난다. “그렇게 비판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라는 어느 공무원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공무원을 흔히 공복이라 한다. 공공 사회의 심부름꾼이란 의미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공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더구나 합천군 공무원 1인당 평균 10억의 예산을 집행한다. 공적 가치의 실현 의지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그 공적 가치의 기본은 공존의 규칙이다. 모든 합천군 공무원이 아이히만이 되어 무가치하고 의례적인 행정행위를 할 때 8,000억 예산은 의례히 가던 곳으로만 흘러서 누구네 땅은 항상 촉촉한 데 반해 누구네 땅은 항상 말라 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공적 가치와 공존을 위하는 일인지...
새해에는 공존의 가치 철학이 듬뿍 담긴 군정을 희망해 본다.
“함께하는 합천” 대표 이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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