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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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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어릴 적 짜장면은 특별한 날에만 허락된 작은 기쁨이었다. 비 오는 날, 아버지가 손을 잡고 데려가 주시던 중국집. 탁자 위로 스며드는 짜장 소스의 윤기, 후루룩 면을 들이키던 소리, 마지막 한 방울까지 퍼먹던 그릇 속의 추억. 시간이 흘러도 그 맛은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짜장생각앞에 섰다. 한때 합천읍에서 구구성이었던 이곳은 이제 삼가로 자리를 옮겼지만, 간판 위로 번지는 친숙한 정취는 여전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익숙한 중화냄새가 반겼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친숙하다.

백짬뽕과 미니탕수육을 시켰다. 하얀 국물 속에 가득한 해산물, 은은한 감칠맛이 혀끝을 감싸며 조용한 위로처럼 퍼져 나갔다. 미니탕수육은 한입 크기지만,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소스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나눠 주시던 한 조각이 떠올랐다. “뜨거우니 천천히 먹어라.” 그때는 몰랐다. 그 조그마한 한 조각에 담긴 사랑을.

가게의 풍경을 그리다 보니 오래전 짜장면 앞에서 까르르 웃던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 간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변한 것은 많지만, 짜장면 한 그릇이 품고 있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그대로다.

가게의 이름은 바뀌고, 사람도 흩어지지만, 어떤 맛은 기억 속에 머물러 오래도록 우리를 불러내고 있다. 다음번엔 꼭 짜장면을 시켜야겠다. 어린 날의 나처럼, 소스를 가득 비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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