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1-29
|
|
고향의 봄
이원수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리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리 새 동리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리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1926년 4월에 발표된 이원수 선생이 쓴 시 <고향의 봄>은, 윤동주 <서시>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시예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어찌 이리도 잘 나타나 있는지, 읽을수록 코끝이 찡해요. 이 시가 나올 무렵엔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팔구십 퍼센트가 자연 속에서 흙집을 지어 농사지으며 살았어요. 지금은 팔구십 퍼센트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살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도시에 몰려 살다 보니 날이 갈수록 자연환경이 오염되고, 자연환경이 오염되는 만큼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오염되어 가고 있어요. 그나마 우리 가슴속에 <고향의 봄>이 남아 있어 참 다행이구나 싶어요. 이 시를 읽으면,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옛 동네가 떠올라요.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 하늘 아래 바가지만 있으면 마음 놓고 마시던 샘물, 장독대 옆에 핀 키 작은 채송화와 맨드라미, 마당가에 석류나무와 감나무, 동무들과 뛰놀던 낮은 언덕, 다랑논에서 자라던 미꾸라지, 흐르는 맑은 개울물, 초가지붕과 돌담, 밥을 나누어 먹던 정겨운 이웃들….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지금 우리나라 농촌은 독한 농약과 화학 비료를 많이 뿌린 탓으로 땅과 지하수가 오염되어 물 한 방울 마음 놓고 마실 수 없게 되었어요. 도시는 자동차 매연과 가정 폐수와 공장에서 쏟아내는 오염물질로 말미암아 숨쉬기조차 힘들어요. 도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기름 값보다 비싼 물을 돈 주고 사 먹고 있어요. 환경 학자들은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나라는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요. 그런데도 마치 달나라 일처럼 생각해요. 아이고 어른이고 오직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세상이 두렵기만 해요. 우리 함께, 더 늦기 전에, ‘고향의 봄’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
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