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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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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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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2년에 발표된 이 시는, 외국 시나 당시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우리 민요 가락을 잘 살려 쓴 시예요. 김소월 시인은 일본제국주의의 감시와 탄압으로 우리말이 있는데도 우리말을 쓸 수 없고 일본말로 살아야 했던 시대에 시를 썼어요. 만남과 헤어짐, 고향과 자연, 하염없는 기다림과 그리움, 사랑과 아픔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이 빼곡히 담긴 시는, 60편이 넘는 대중가요로 만들어져 아직도 불리고 있어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가운데는 시에 곡을 붙여 만든 게 많아요. 그래서 시가 노래고, 노래가 시라는 말을 하지요. <엄마야 누나야>도 노래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어요. 초혼, 못 잊어, 산유화, 진달래꽃, 먼 후일, 개여울,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부모,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와 같은 노래 제목만 들어도 많은 이들이 눈치 챌 거예요. 이 노래가 모두 김소월 시라는 것을요. 요즘 젊은 가수들이 편곡을 해서 많이 부르고 있는 노래지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시가 있고 노래가 있겠지요. 저마다 좋아하게 된 까닭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어릴 적부터 김소월 시인이 쓴 <엄마야 누나야>를 좋아했어요. 왜냐고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목장에 일하러 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초가지붕 담벼락 아래 앉아서 이 노래를 불렀어요. 배가 고파서 때론 기다림에 지쳐 울면서 불렀어요. 노래를 부르고 나면 어쩐지 맺힌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어요.

시는 게임, 영화, 연속극, 음악과 같은 것처럼 당장 기쁨이나 즐거움을 주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시는 우리 영혼을 더없이 맑고 깊은 곳으로 이끌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기도 하고, 죽은 사물에 자연스럽게 숨결을 불어넣기도 해요. 시를 다정한 친구처럼 가까이 두면,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올 거예요. ‘시야, 고맙다!’

 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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