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1-05
12월 29일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 전국농민대표자대회. ©합천여성농민회
최근 3년간 기상여건 호조 등에 따라 쌀 생산량은 늘었으나 쌀 소비는 꾸준히 줄었고, 쌀 초과공급으로 산지쌀값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특히, 2015년은 작황이 좋아 쌀 생산단수가 542kg/10a으로 늘었고 정부는 10월 26일 시장격리 20만톤 등 <2015년 수확기 쌀 수급안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쌀 수급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수급상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쌀 공급과잉의 원인에는 기상호조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인 영향도 크다. 작황에 따른 효과를 배제하고 볼 때, 10년간 연평균 28만톤의 쌀 초과공급이 됐고, 현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10년에도 연평균 24만톤의 쌀 초과공급이 될 전망이다. 초과공급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기계화(2014: 97.8%), 수리시설 확충, 품종 개발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 식습관 변화 등에 따른 소비 감소 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민들, 정부의 밥쌀용쌀 추가 수입 조치에 “쌀값 떨어지는데 무슨 추가 수입이냐!”
12월 29일(화),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전국 농민 대표자들이 “정부의 2차 밥쌀 추가 수입 결정과 이를 뒷받침한 국회를 규탄한다. 쌀값 하락 문제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13시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전국농민대표자대회’를 열고, “국내 쌀값은 80kg 기준 14만원 대로 떨어졌고 이 가격에도 사가려는 상인이 없어 농민들은 쌀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12월 22일(화) 밥쌀 3만톤 추가 수입 입찰공고를 냈다”고 따졌다. 이들은 “정부는 ‘관세율 513%를 보장받아야 한다’니 ‘수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밥쌀 수입의 책임은 국회에도 있다. 국회도 갈아엎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보고에서 밥쌀용 수입쌀 3만톤을 포함한 TRQ(저율관세할당물량) 쌀 4만3천톤에 대한 구매 입찰을 12월 30일에 해 연내에 총 40만8천700톤에 달하는 TRQ 쌀 입찰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TRQ 쌀은 2015년 8회에 걸친 입찰에서 밥쌀용 3만톤, 가공용 33만5천325톤이 낙찰됐다. 이번 입찰하는 물량은 내년 2분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전농은 “정부의 밥쌀 추가 수입 결정에 반대한다. 밥쌀용 쌀 수입에 반대하는 농민 투쟁을 온 나라에서 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의 책임과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본격적인 투쟁이다.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밥쌀 수입 저지에 나서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올 4월 총선에서 심판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중장기 쌀 수급대책에서 “묵은 쌀, 사료용으로 가공 가능”
12월 30일(수), 농림축산식품부는 ‘적정생산, 수요확대 등을 통해 3년 후 쌀 수급균형 달성’하겠다는 제목으로 중장기 쌀 수급 대책을 내놓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ㆍ농지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한 논에 다른 작물 재배 확대ㆍ고품질 쌀 생산을 유도하고, 민관 협력체계 강화하고 사료용 쌀, 쌀 이용 술 산업 등 신소비처를 발굴ㆍ확대하고, 쌀 수출 전문단지 육성, R&D 강화 등을 통해 소비ㆍ수출 촉진하고 가공용ㆍ복지용 쌀 판매가격 인하, 사료용 쌀 공급을 통해 적정재고를 달성, 수입쌀 연간판매계획 수립ㆍ공시로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2016년부터 정부 재고를 활용해 사료용 쌀 공급을 추진하고, 사료용 벼(총체벼) 생산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쌀 활용 펫푸드·용기 등 쌀 가공산업 범위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2016년에 정부양곡 가공용 쌀 매입대상자와 쌀 가공산업 육성 지원사업 대상자에 비식품제조업체도 포함시키게 된다. 쌀 이용 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 관련, 막걸리 품질인증 기준을 강화해 과거 독일이 맥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 ‘맥주 순수령’ 같은 이른바 ‘막걸리 순수령’을 한다. 지금까지는 막걸리 원료에 밀가루, 당분 및 식품첨가물을 첨가해도 품질을 인증해주었으나, 쌀, 발효제, 물만 쓰면 품질 인증을 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게 된다.
더불어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3년 후 쌀 수급 균형 및 적정재고 달성 추진하고 수급상황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해 3년 단위로 점검ㆍ평가 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쌀농사 짓던 땅에 다른 작물을 들이면 당장 쌀농사 밀집지역의 이탈로 다른 작물 농사 짓는 이들이 겪을 위협과 불안은 어디서 달래는가.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바꾸면 쌓인 묵은 쌀을 해결할 방안은 되지만 그 사료의 가격은 적정하게 책정될까. 쌀 하나만 놓고도 많은 걱정과 고민이 새로움 없이 난무하는 새해다. 그럼에도 부디, 정부의 입장과 농민의 분노가 제대로 만나 아리송하고 미심쩍은 논란을 해결하는 2016년이 되길 기대한다.
- 임임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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