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5-12-29
우리 곁에 함께 하면서 이웃과 마을, 지역을 위해 작지만 알찬 봉사를 하는 님들을 소개한다. 각 마을에서 소개하고 싶은 좋은, 멋진 이웃이 있으면 제보해주면 좋겠다. 첫 인물은 시각장애인인데도 마을회관 청소를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 쌍백면 평지1구마을의 문승자씨다. 주영습 평지1구마을 이장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이 좋든 궂든 회관에 나와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덕분에 우리 마을 주민들은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형편이 어려운 분이라 늘 안타깝고 마을에서 더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했고 정덕순 평지1구마을 부녀회장은 “몸도 불편한 분이 매일 나와 청소하니 상 줄 일이다. 참 고맙다.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청소를 하게 된다.”라고 했다. 아래는 12월 24일(목), 문승자씨 댁에서 나눈 얘기다.-편집자
“손발이 눈이라 하는 일, 칭찬해줘서 고맙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1944년에 일본에서 태어나 갓난아기일 때 한국(율곡면 항곡마을)으로 왔는데 아버지가 일찍 별세하고 어머니도 뒤이어 화병으로 별세하면서 6남매가 고생하며 자랐다. 부모님이 일찍 별세해서 부모님이 일본에 왜 갔는지는 모른다. 10살 되기 전부터 한쪽 눈부터 안보이기 시작했는데 부모님 없고 가난하고 계집아이라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엄두를 못내면서 지금처럼 되어 버렸다. 쌍백면 평지1구마을에는 결혼하면서 와서 산다. 내 나이 마흔둘에 남편도 사고로 갑자기 죽고 자식들도 외지로 나가 혼자 산지 20년 가까이 된다. 남편과 살 때도 살림살이 넉넉지 않았고 벌이가 시원찮았고 현재 자식들도 넉넉하지 못하다. 3남 1녀 낳고 살던 집이 낡아서 새로 지어야 하는데 지을 돈이 없어 현재 마당 한 켠에 주거용 컨테이너를 놓고 산다.
시력 상태 비롯한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누군가 앞에 있으면 어렴풋이 느끼기는 하는데, 누가 누군지는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모른다.
눈 안보여서 어려운 일 말고는 따로 아픈 곳은 없고 먹고 있는 약도 없다. 자식 키울 때는 한쪽 눈은 어렴풋이나마 보여서 다른 집 농사 품 팔러도 가고 날품팔이 일도 하러 다녔는데, 남편이 사고로 다쳐 넉 달 병원에 있으면서 진 빚을 못갚고 있다가 내가 3년 일해서 갚고 또 2년 전에 장애인지원 받아 각막수술을 했는데, 길 다니는 일은 조금 낫더라.
마을회관 청소는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된 일인가?
교회를 다닌다. 3년 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보자, 운동도 겸해서 시작한 일이다.
교회는 언제부터 다녔는가?
30년 됐다.
교회가 위안을 주는가?
교회 다닌다고 남달리 편하다 할 수 없고 혼자 산다고 또 편한 점 없고, 만족하는 일은 없다. 만족을 바라면 안된다. 읍에 있는 시각장애인협회에 20년째 놀러 다닌다.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니까 가서 운동도 하고 노래방에서 놀고, 돌아가며 달마다 생인잔치도 하고 즐겁게 해줘서, 매일 거기에 간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요즘 하는 기도나, 소망이 있을까?
나라, 마을주민, 자식들, 나라 지키는 군인들 위해 기도한다. 눈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고, 손과 발이 눈이 되고, 치매 안오게 해달라, 아침점심밥 잘 먹고, 자식들 고생 안시키고 하루 저녁에 세상 떠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마을회관 청소 뿐 아니라 교회 청소도 하는데, 그렇게 다닐 때 사고 안나게 해달라고도 기도한다. 자식들 제 집이 없다. 자식들 집 얻게 해달라, 자식들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평생 힘들게 살아도 어디 가서 도와 달라, 어렵다고 얘기하면서 진상부린 일은 없다. 눈이 조금이라도 더 밝아져서 남들처럼 맘대로 다닐 수 있으면 좋겠고 돈도 여유가 있어서 기름값·전기요금 걱정 안하고 살면 좋겠고, 낡은 집을 새로 지어서 컨테이너에서 안살았으면 좋겠다.
임임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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