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5-31
문송리는 본래 삼가군 문송면 지역으로 ‘문실’ 또는 ‘문송’, ‘문동’이라 불리어졌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내문동, 중문동과 현내면의 지동 일부를 병합해 ‘문송리’로 합천군 삼가면에 편입되었다. 문송리는 북쪽의 사면이 높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남북으로 길게 뻗은 깊은 골짜기다. 현재 문송리는 신기, 중문, 내문마을 등 3개의 행정리에 샛터, 중문실, 안문실 등 3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된다. 신기마을은 문송리의 첫 동네로, 임진왜란 이후 새로 생긴 마을이라 ‘샛터’(문송샛터)라고도 한다. 지방도로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다. 5월 25일(수) 오전, 신기마을 조신제 이장 댁에서 조 이장을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얘기다.-임임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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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농사 지으니 판로 걱정은 안하게 해달라”
조신제, “주민 수 줄어 안타깝지만 소박하고 화목하게 살고 있다” ©임임분 |
자기소개를 해달라.
1950년 신기마을에서 나서, 군복무 하러 외지에 나간 3년 외에는 줄곧 신기에서 살았다. 쌀, 밤농사 짓고 소도 키운다. 예전에 농사 지으려고 한 두 마리 키우던 소가 5년 전부터 지금 규모(서른 마리)가 됐고. 현재 어머니, 아내와 셋이 마을에 살고 자녀들(딸 셋, 아들 하나)은 다 출가해서 외지에 산다.
이장 경력은 얼마나 되는가?
예전에 이장한 때까지 더하면 총 15년째 이장하고 있고, 최근 연임시기는 6년째다.
신기마을 주민 현황은?
15가구에 25명이 살고 있다. 여자 16명, 남자 9명. 최연소주민이 58세, 최고령주민은 88세. 주민주력층은 70대고. 삼가면에서 세 번째로 작은 마을이다.
신기마을 현안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마을 사람들은 농사 짓고 산에 나무해서 장에 내다팔고 먹고 살았다. 그 뒤 잎담배농사가 유행했고, 이어 밤농사 한창 짓다가 지금은 주민 다수가 고령화되어 있는 논, 큰일은 일꾼 써서 쌀농사 짓는 정도다. 주민 수가 적고 있는 주민도 다 고령화되어 마을에 크게 어렵다고 하는 일도 없고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일도 없다. 다만, 다른 마을에 비해 우리 마을은 1997년 경제위기 때도 외지에서 힘들어 고향으로 돌아와 괜히 빈둥대는 사람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고 본다. 지금도 보면, 자식들이 외지에 나가 살기 어렵다고 늙은 부모 고생시키는 이도 없고, 살림살이도 평등하게 비슷하게 산다. 요즘 같은 때, 그런 무난함, 마을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에 빈집, 폐가가 있어도 귀농·귀촌하려고 문의하는 외지인, 별로 없다. 젊은이가 들어와 생계를 위해 농사를 좀 지으려고 해도 마을이 작고 농지가 적어서 어렵긴 하다. 가까이 다른 마을, 외진 마을이라도 귀농·귀촌인이 좀 있는 듯 한데, 우리 마을은 외지인이 없다. 젊은이가 마을에 들어와서 마을이 좀 활기 있으면 좋긴 한데, 들어온 사람이 잘 살면 좋지만, 또 어울리지 못하고 마을에 분란을 일으킨다는 얘기도 들으니,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장 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어려운 일, 주민이나 지역사회에 부탁이나 당부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을주민이 줄어드니 안타깝다. 예전부터 주민화합도가 좋아 큰 어려움은 없다. 그저 지금처럼 살면 좋겠다.
마을 위 저수지 만든다고 하천정비를 마을 초입부터 하고 있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과하다. 다 세금으로 하는 일인데. 이미 결정 나서 공사가 많이 진행된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할 일을 결정할 때, 적정한 규모에 대한 논의를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 이장 일 외 이런저런 지역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지역행사에 사람 데리고 가는 일이 참 어렵다.
5월 30일이면 20대 국회가 시작된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나 새 국회에 바라는 일이 있다면?
정치는 모르고 나랏일은 똑똑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농사 지어놓으면 판로 걱정은 안하고 살면 참 좋겠다. 헐값이든 제값이든, 판로 걱정 안하게 해주기 바란다. 다른 욕심은 없다.
그 외 농사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소값이 좋다고 하지만, 구제역예방한다고 백신접종을 1년에 두 번 하고 있는데, 그 탓인지 소가 수정을 제대로 못한다. 수의사는 그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소를 오래 키워온 우리가 보기엔, 그 탓 외에는 원인을 못찾겠다. 소가 제대로 새끼를 낳아줘야 번식우농가에는 도움이 되는데, 걱정이다.
지역정치인의 활동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당부가 있다면?
요즘 밥값 못하는 사람이 있나? 게다가, 뭘 알아야 불만도 있는데, 나는 잘 모른다.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생각한다. 마을경로당 총무 직도 맡고 있는데, 경로당 운영비에서 부식비와 난방비 전용을 못하게 하는 조항은, 현실에 맞지 않아 개선했으면 하는데, 안되는 일이라고 해서, 늘 난감하다.
여가에는 무엇을 하는가?
일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일 하느라 힘들어 운동할 짬도 없다. 틈틈이 등산하고, 여행 갈 일 있으면 부부 동반으로 간다. 그 외 여가생활은 못한다. 아내가 몸이 아프고, 일 줄이자고 하지만, 있는 땅 놀리기는 그래서, 일은 하게 된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데도 간 수치가 좋지 않다고 진단 받은 일도 있고 한창 때에 비하면 나도 체력이 떨어지니 능률도 떨어지지만, 아직은 일 욕심이 있다.
마을 단위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가?
마을이 작아 가까운 마을과 함께 묶어서 보건소나 면에서 찾아와서 하는 문화활동이나 건강 관련 사업을 가끔 한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할 때는?
낮에 밥 먹고 잠깐 낮잠 잘 때.
“행복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이만하면 행복하다.
5년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체력만 되면, 그 때도 일하고 싶다. 논농사는 혼자 해도 되는데, 밭농사는 아내 도움 없이 안되니, 일은 줄여야겠지만.
본지의 오랜 독자이자 자동이체로 구독료를 내는 독자기도 하다. 지역언론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조언이 있다면?
나랏일이나 서울 일엔 관심 없고 몰라도 되는데,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신문이고 우리 지역 얘기를 볼 수 있으니까 다른 일보다 먼저 알아야 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아는 일이 별로 없어서, 따로 할 조언은 없다. 지금처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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