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9-27
오뉴월 지겨웁던 여름
108년만에 처음 보는 여름이라나?
논두렁 밭두렁 메뚜기도 제 한 철
가을 채비 하느라 바쁜가보다
한가위 치르느라 바쁜 아낙네
그 뒷켠에 빈둥빈둥 사내들은
등산 빽 메고 산으로 가야할 때
그 때가 그래도 좋았더랬는데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에 나고
공처가 소리 들을까봐 갈 곳 잃은 남정네
이리저리 눈치 보기 바쁠 때가 있었다
추억도 그리운 그 때 그 시절
누구나 한 때는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 정성이 소롯이 담겨진 도시락
오이장아찌 반찬이 시종일관 단골메뉴
도시락 밑바닥엔 보리 꼬챙이
마지막 자존심 지키느라 윗켠엔 쌀밥
이층으로 도배질한 점심도시락
4째 체육시간 비운 틈에 누가 까먹지?
맨 뒷자리 여드름 숭숭한 키다리 번웅이
널름 널름 챙겨버린 상습꾼인데
그날따라 돌아오는 성황당 고갯길이
그렇게도 가파르고 힘이 들었단다.
쪼달리는 살림살이 학비조달 어려워서 울엄마
한 달 여섯 번 장 치려니 고추참깨 동이 나고
꼬불꼬불 아막재를 백 번 천 번 밟고 올라
읍내 저자 파장 보고 해거름에 돌아오니
어린 것이 젖 달라고 울며 지쳐 쓰러질까
시장기가 넘었는데 요기 한번 못하고서
주린 배를 상관 않고 걸음을 재촉하니
젖 달라고 울던 동생 성아 등에 잠들었네
잡순 것이 허수하니 나던 젖도 아니 나고
젖무덤을 문지르다 보채 울던 어린 것을
다정스레 바라보던 자상하신 엄마 눈에
어느새 안개자국 방울방울 이슬이라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삼각대문 있을 손가
오고 가던 방물장사 부담 없이 쉬어가소
맑고 밝은 엄마 얼굴 엄마 가슴 고향이요
지상천국(地上天國) 따로 있나
엄마 품이 천국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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