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11-01
권빈3구마을을 소개하는 봉산면사무소 홈피에 따르면, 천석 거부 성주 배씨가 살다가 백년이 못되어 후손이 없어 어디론지 가버렸다고 전하는 이 마을에 현재 가장 많은 가구는 밀양 손씨다. 이들 조상은 1610대 옹랑. 그 뒤 1860년 대 수원 백씨 민수가 남계동으로 들어왔고 다른 성씨들도 들어왔다고 한다. 마을이 음지 쪽이라 ‘권빈 음지마’라고 했고, 예부터 화기가 마을에 잦아 어느 지인이 “‘소금간수’를 불 나는 곳에 묻으면 화재를 피할 수 있다”고 해, 해마다 소금간수를 묻어 왔다는데, 현재는 그저 전설로 남아있다. 마을 동쪽 성지골에는 성처럼 쌓인 바위 뒤에 5평 정도의 굴이 있어 누군가는 ‘도둑골’이라고도 한다. 마을 뒤편 널바위는 그 형체가 ‘관’과 같아 그리 부르고 있다. 10월 25일(화) 오후, 권빈3구마을을 찾아 손창명 이장을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얘기다.-임임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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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년인데 농산물 가격 나빠 기운 빠진다"
손창명, "주민들이 이장을 믿어주고 지지해줘 보람 느낀다' ©임임분 |
자기소개를 해달라.
1950년 권빈3구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농사 짓는 부모 따라, 외지에 나간 일 없이, 쭉 권빈3구에 살면서 농사 짓고 있다. 5남매 맏이이기도 하고, 외지로 나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고 농사 짓고 살았다. 어릴 때 생각하면, 농지는 귀한데 주민은 많아, 굶는 사람이 많았다. 어릴 때는 지금처럼 산에 나무도 없어서, 땔감으로 써야 하니까, 산농사도 없었다. 쌀·보리 농사 겨우 지어 1년을 사니, 대부분 어렵게 살았다고 보면 된다. 현재 아내와 둘이 쌀·마늘·양파 농사, 소 몇 마리 키우면서 살고, 자식(딸 셋, 아들 하나)들은 다 외지에 산다.
이장 경력은 얼마나 되는가?
30대 중반에 처음 이장 일을 한 뒤 지금 하고 있는 임기까지 보면, 10년째 하고 있다.
이장 일 외 지역에서 단체 활동도 하는가?
봉산면 풍물패 단장 직을 맡고 있다. 현재 꽹과리를 잡고 있고, 10년 넘게 하고 있다. 한 때 단원이 부족해서 해산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단원도 서른 명 쯤 되고, 분위기도 좋다. 최연소 회원이 40대 후반.
권빈3구마을은 어떤 마을인가(주민 현황, 현안)?
45가구에 90명이 살고 있다. 빈집이나 폐가는 다섯 가구 정도 있고. 주민 살림살이는 나쁘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최연소자, 80대 초반 주민이 최고령자다. 주민 주력층은 70대 초반이지만 다른 마을에 비하면 주민연령대가 젊은 편이다.
우리 마을의 농지는 동부권의 평지와 달리, 마을과 떨어져있고, 산지에 있어, 농로 정비를 해야 하는 곳이 많다. 농로 정비는 어느 마을이나 다 있는데, 예산 문제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빈집이나 폐가 정비 등 취약지개선사업도 농어촌공사와 하고 있는데, 공사 쪽 일정 탓인지, 마을에서 독촉을 해도 사업추진이 속도가 안난다.
귀농·귀촌자들, 원주민과 어울리고 싶어도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우리 마을로 귀농·귀촌하겠다고 문의하는 일은, 합천댐 주변에 비하면 많지는 않다. 내가 보기엔, 귀농·귀촌자들 스스로, 마을로 들어오기보다는, 공기 좋고 물 좋은 골짜기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은 듯 하다. 원주민 입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어렵게 살아도 서로 돕고 양보하고 살아왔는데,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조금만 자기 이익에 해가 가면 바로 민원을 넣거나 고소·고발을 하는 일이 있어, 좀 불편하다.
이장 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어려운 일, 주민이나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민 수가 많아도 같이 마을기업을 한다거나 하는 논의는 못한다. 하려고 해도 합의까지 가는 일이 어렵더라. 주민 수가 적은 마을은 같이 일할 사람이 없고, 우리 마을처럼 주민 수가 많아도, 서로 마음 맞추는 일이 어려우면, 또 고민이 있다. 주민들이 이장인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줘서 이장을 10년이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
농번기다. 올해 농사 결과에 대한 평가, 내년 농사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농사는 올해 풍년이다. 풍년인데 쌀이든 뭐든 수확물이 가격을 제대로 못받으니 기운이 빠진다.
최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을 포함한 농업 관련 직불금제도를 고치겠다,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건비니 기름값이니 직불금이라도 나오니 그 돈으로 감당하면서 농사를 지었는데, 그마저 줄이면 누가 농사 짓겠나? 그리되면 난리난다. 직불금을 제대로, 올려줘도 어려운데. 살아있으면, 농부니까 농사는 짓는다. 있는 땅을 버려두면 농부가 아니다. 그나마 나이 들어 아내도 힘들어해서, 농사 규모는 조금씩 줄일 생각이다.
군의원, 군수, 도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요즘 정치, 마음에 드는가?
정치, 나는 잘 모르지만, 대통령이니 국회의원이니, 선거 때는 뭐든 다 해줄 듯이 하다가 뽑히고 나면 누구랄 것 없이, 지들끼리 싸움만 하고...서로 싸우더라도, 잘하는 일은 잘한다 해주고, 그럴 줄은 모르니 한심하다. 일은 안하는데 월급은 왜 주는가 모르겠다. 그러니 누가 그러더라, 일꾼 뽑지 않고 도둑놈 뽑았다고. 촌에서 아무리 제대로 하라고 해도 누구 하나 귀 담아 듣는 것 같지도 않고...군의원이나 군수한테는 크게 바라는 일 없다. 크게 잘하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는 듯 하다.
합천은 ‘인구 5만명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름의 방안이 있다면?
내 자식도 아직은 누구 하나 들어와 살겠다는 얘기도 없고, 내가 보기에도, 젊은 사람이 와서 살기엔 조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 때야 어른들 하던 대로, 때마다 제사 지내고 벌초하고 살았지만, 내 자식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본다. 해마다 연말 되면 인구증가해야 한다고 지침이 떨어지는데, 그래서 될 일이 아니다. 공장을 세우고 철도를 들여서 인구가 늘고 지역발전이 된다고 보면,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여가에는 무엇을 하는가?
노인대학 강사들이 봉산면 복지회관에 와서 가르쳐주는, 한문 공부를 하고 있다. 꾸준히 같이 공부하는 이가 15명 정도는 된다. 동료가 다 60대 이상의 남자다.
10년 뒤에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지금도 아픈 곳이 하나씩 생기는데, 그 때는 농사도 접고, 취미생활하면서 편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
행복한가?
이만하면 큰 걱정 없고, 행복하다.
권빈3구마을. ©임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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