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10-11
합천군청이 군내버스 노선체계 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각 마을 대표와 버스정류장 대표 등 관계자 대상 권역별 설명회를 했고,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최종안이 나오기 전 공청회를 할 예정이다.
이 사업 핵심은 ‘거창군과 연결된 노선구조에서 벗어나 합천군 단일노선에 환승체계를 도입해 수요자 중심으로 바꾼다’이다. 수요자 중심, 승객 중심으로 노선체계를 바꾸는 일이 계획대로 되면 군민의 군내버스에 대한 만족도도 저절로 높아질까? 군내버스와 택시가 없으면 지역언론 기자로 군민으로 살 수 없는 나 같은 이에게 군내버스의 질은 아주 중요하다.
야간버스운행을 하지 않아 야근이나 저녁모임을 하려고 하면 비싼 택시를 타야 하고, 집 앞을 지나는 버스가 하루 다섯 대 남짓인데다 낡고 지저분한 버스에 난폭하고 친절하지 않은 운전을 하는 기사를 만나면 ‘2016년 합천’에 이러고 산다는 자괴감과 노여움이 쌓이는 기분은 둘째치고, 군내버스에 버스비카드단말기가 부착되었을 때 반가웠고 군내버스 기사가 고액권(5천원, 1만원) 수납을 하지 않는다는 공고가 붙었을 때, 승객의 불편함보다 버스 기사들이 받았을 의심(승객과 기사의 안전보다는 감시기능을 더 하겠구나 싶은 버스의 감시카메라, 동시에 제 기능을 하는지 늘 궁금했고)과 성가심을 먼저 걱정했다.
내가 타는 동부권(합천읍-적중면) 노선 뿐 아니라 합천 전 지역으로 취재원을 만나러 다니면서 타게 되는 합천군 농어촌버스 상황은 크게 권역별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승객이 적어 한산한 버스에 앉아있으면 괜히 버스 기사에게 미안해지는 심사를 따로 강조하지 않겠다)승객 다수는 노인이고 이 노인의 절반 가량은, 혼자 다니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노약자다.
그 외 승객이 소수의 젊은층과 학생들인데, 버스 기사들은 한결 같이 노약자의 승하차를 성가셔한다. 열 명 중 한 명 정도가 노약자의 느리고 당황스런 요구(지정 승강장이 아닌 곳에 하차를 요구한다. 대개 본인이 가야 하는 병원이나 의원 앞.)에 마지못해 응해주고, 이런 기사는 다른 노약자 승객의 찬사를 받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어머니 뻘인 노약자에게 대놓고 투덜댄다(욕설을 해대는 기사도 있다).
언제부터 ‘군민의 발’이라고 하는 군내버스가 이런 풍경이 됐을까?
엄한 요구를 해대는 노약자가 군내버스의 단골이다. 단골을 배려해도 모자랄 판에 승객이 기사 눈치를 보는 현실을 이번 노선개편 담당자들은 알고 있을까?
승하차가 불편해도 혼자 외출할 수 있는, 혼자 외출하려고 하는 노약자를 성가셔하거나 타박하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만큼은 도와줘야 살만한 지역이다. 버스는 아들·딸의 자가용이나 택시가 아니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상식과 준칙은 승객 스스로 지녀야 할 태도지만, 수요자 중심의 운행 지침, 무엇보다 제대로 된 ‘군민의 발’이 되려는 대중교통 관계자의 노력은 그 어떤 노선체계 개선보다 앞서야 한다.
가뜩이나 농사 짓고 살기 힘든데 한 집에 차를 두 대씩이나 소유하고 있는 까닭이, 돈이 남아돌아 그런 게 아니라 집 앞까지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반영되는 버스개편을 기대한다. 버스이용·운행실태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각 버스마다 달린 감시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넘치고 넘칠 테니.
임임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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