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8-30
조창순 전 봉산면사무소 면장
세월은 고장도 없다기에 멈춤도 모르고 잘도 간다. 노인네 애달픔은 아랑곳없이 흐르기만 하는 세월이 참으로 안타깝구나. 하지만 흐름의 세월에 순응하는 것이 온 자연의 원리인지라 이는 필자 본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음에 회상(回想)되는 잡담(雜談) 몇몇을 나열함이다.
십여 년 전 어느 날 마을회관에 들렀다가 오후 늦어서야 귀가하니 집사람이 아직 외출 중이다. 창문도 열려있고 안에 장롱문도 열려있어 손님 다녀감이 직감되기로 집사람을 찾아 같이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패물과 약간의 현금이 없어졌다.
파출소와 농협 두 기관에 신고드린 바, 익일 경무과장, 수사과장 등 칠팔 명 남짓 내방하였기에 도난 경위 등을 질문하는 대로 답(答)하고서 피해자 본인의 요구만이 아닌 면민(面民) 모두가 같은 뜻이건대 먼저 본면의 경우 댐 지역인 점이 여타(餘他)면과 다르므로 피해물을 찾음에 앞서 파출소의 복원을 원(願)한다고 피력(披瀝)하였다.(파출소 통·폐합으로 봉산파출소는 봉산분소로 되어있었음) 이에 경무과장은 이해한다는 답변을 하였으며, 이 일이 있고나서 봉산면 파출소가 복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번째 생각나는 것은 합천댐사업소 예산지원이로다. 이로써 댐주변 사업인 효나눔 급식소를 통해 2009년도부터 이곳에서 소반(蔬飯)일지나, 면내 남녀 노인님 오찬(午餐) 한 끼나마 끼리 마주하여 웃고 즐기게 되었는데 몹시 흐뭇하였다. 식당의 짜임새나 분위기가 좋아 바라만 보아도 참으로 즐거웠다.
다음은 봉산우체국 살리기다.
행(幸)인지 불행인지 분별이 애매하면서도, 하필이면 본면 우체국이 도내에서 사업실적이 최하위라 하여 우체국을 폐쇄(閉鎖)한다는 모 신문지상의 내용을 보았다. 우정(郵政)은 체신(遞信)사무를 보는 관청이긴 하나, 자체사업의 소덕(所德)으로서 운영에 유연함이 있는 곳이다. 이에 필자 본인은 분노함에 사업부진의 잘못은 운영을 맡은 그들의 잘못이나 이는 인정하지 않은 채 지역민 비협조를 탓하며 폐쇄를 운운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군·도·중앙 체신계통에 전화하여 불가(不可)의 뜻을 강하게 항변한 바, 결과적으로 1면 1우체국만은 존치(存置)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재직 중에 끝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일들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중시설에 간이 흡연(吸煙)장소가 하나이기에 노인·젊은이가 함께 사용함에 불편한 면이 있었다. 이는 우리 민족 특유의 미풍양속(美風良俗)에 문제된다 생각하였기에 판자로나마 가려 노인용 재떨이를 별도로 설치함이 고래(古來)로 이어온 예에 맞다는 소견을 관계 관서에 청원하였다.
답변인즉, 보건복지부는 연령에 따른 칸막이 흡연 부서 설치는 설치자의 재량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 하고 국회사무처는 흡연실 구분설치 건을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송부하여 입법 활동에 참고한다 하였다. 국토교통부는 보건복지부 소관사항으로 동 기관으로 이송하여 처리하며, 한국도로공사는 흡연실 내 부족한 재떨이 등을 추가 설치하여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금은 금연구역이 대부분이지만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필자가 흡연과 관련해 관서에 청원한 내용들이 상식적이었으니 세월의 흐름이 참으로 백구과극(白駒過隙)하다. 인생이란 여정에 만추(晩秋)를 지나고 있는 요즘, 계절상 절정인 한여름 밤에 나에게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려 했던 옛 추억들에 빠지니 한결 젊어지고 무더위 또한 앗아감을 느낀다.
바라건대, 요즘은 거의 대부분이 대학을 졸업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공무원들인 만큼, 다소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자기가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되고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군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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