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7-08-15
백남오 경남대교수(현 이주홍기념사업회 문학레지던스 문학강좌 강사)
일반적으로 수필은 일필휘지로 쓰여 지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만들어 나가는 원리이다. 마치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듯이 구상에서부터 세밀한 설계도가 필요하다. 뼈대를 세운 뒤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이 집을 짓는 일과 매우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고 보면 된다. 몇 가지 과정을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순서를 살펴본다.
1)무엇을 쓸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작품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은 발상이 떠올랐을 때이다. 어느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충격이 오는 순간이다. 이 순간이 언제 올지는 절대로 예고하지 않는다.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환희 속에서, 독서의 충격에서,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충격의 순간을 놓치면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가 있다. 영원히 기억 속으로 불러낼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바로 메모를 해두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충격이 왔다는 것은 이미 작품한편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좋은 작품의 창작에서 그만큼 충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2)소재 또는 제재를 모아야 한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은 소재들 중에서 수필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 이때 다양한 배경지식과 정보를 동원하여 풍부한 제재를 동원해야한다. 작품의 제재가 빈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유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흔히들 수필을 소재의 문학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소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가령 여행에 대하여 글을 쓸 경우 여행에 관련되는 세계적인 모든 자료를 모아서 참고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로서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3)작품구상과 구성의 구체화
작품의 전체적인 구상은, 도입부/전개부/전환부/결미부에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추상적인 구상을 구체화 시켜야한다. 글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생각하면서 화소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이때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4)집필단계
어느 정도의 준비가 완료되면 글쓰기에 들어간다. 이때 사람에 따라서 공책에 쓸 수도 있고 컴퓨터에 바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각자 선택의 문제다. 이제 문장의 힘이 발휘되는 시점이다. 문장은 문학작품의 출발점이요 종착지라 할 수 있다. 문장력 여하에 따라 글의 완성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작가는 끊임없는 문장탐구와 좋은 문장을 쓰기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1차 집필과정을 마친다.
5)퇴고과정
빠진 문장은 없는가. 군더더기 문장은 없는가.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어려운 말, 화려한 수사는 없는가. 문장의 호응관계는 맞는가. 불필요한 낱말의 중복이나 동일한 서술어의 반복은 없는가. 단어의 쓰임은 적절한가. 어절의 순서는 바른가. 시제는 바르게 통일되어 있는가. 일관성 있게 정리되었는가. 리듬의 흐름은 정연한가. 작품의 부분들이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가.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퇴고에서는 작가의 장인 정신이 충분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 글은 깊고 심오한 내용을 쉬운 말로 표현한 것이다. 나쁜 글은 별것도 아닌 내용을 어려운 말로 치장해 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퇴고의 기본은 아무리 읽고 다시 읽어도 더 이상 고칠 것이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 쯤 되려면 기본적으로 백번 정도는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문학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며 세계에 대한 해석이다. 물론 그 해석은 나의 체험을 문학적인 형상화를 통하여 그것을 의미화 시켜 독자를 감동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말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드러내 줌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백남오: 수필가, 문학평론가. 2004년《서정시학》수필, 2015년《수필과 비평》평론등단. 고교 국어교과서에 수필「겨울밤 세석에서」수록. 고교문학교과서(지학사) 공동저자. 수필집『지리산 황금능선의 봄』『지리산 빗점골의 가을』『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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