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2-13
문정아
합천 꼬꼬마숲어린이집 원장
요즘 유난히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진다 했더니 가을인가 보다. 가을하늘은 그 어느 계절의 하늘보다 유독 아름답고 변화무쌍해서 나의 마음을 하루에도 수없이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같다.
우리 동창생 중에 여자보다 더 감수성이 풍부해서 하늘의 구름을 예찬하고 날씨가 좋으면 감탄사가 연발인 남자친구가 있다. 오늘도 밴드에 멋진 가을하늘을 사진으로 올리면서“하늘 한 번 봐봐”라는 멘트를 날려준다. 생계를 꾸려 나가느라 바쁘게 지내는 이유로 하늘한번 못 쳐다보는 친구들의 허리를 잠시라도 펴게 하고 생각을 하며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친구의 뜻깊은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 덕분에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가을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게 되었고 마음으로 쫓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예쁜 가을하늘을 바라보게 한 선물을 준 친구가 너무나 고맙다. 나도 덩달아 친구의 사진 아래로 예쁘게 찍은 가을하늘 사진을 담아 밴드에 올리고 각자가 살고 있는 가을하늘 사진들로 배틀해 보자는 제안을 해 본다. 곧바로 대구에서 밀양 얼음골에서 제주도에서 똑같은 시간, 장소는 아니지만 사진들과 동영상들이 올라온다. 합천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멀리 있어도 우리 친구들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며 살고 있고 언젠가는 또 만날 날이 있어 행복하다. 라는 큰 의미로 내게 다가오는 듯하다.
과연 하늘을 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닭들에게는 단지 소화가 잘 되기 위한 의미만 있을까. 보름달이 뜨면 아~우 하고 둥그런 달이 뜬 밤하늘을 바라보며 울어대는 늑대들은 어떤 의미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일까. 사람들은 하늘을 볼 때 각자 무슨 생각들을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가을이 되면 한없이 높고 맑은 하늘 때문에 행복하고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하늘을 습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디라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도 많이 느낀다.
어릴 때 백군, 청군 두 팀으로 나눠 가을 운동회를 할 때면 하얀 구름과 파란 가을하늘 중 더 많은 쪽이 승리를 하리라는 예언을 하기도 했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며칠 전 가을어린이집 연합운동회 때는 분명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기에 “아~~싸! 우리 파란 팀이 이기겠는 걸” 하고 점을 쳐보았지만 점 꾀가 들어맞지 않아 힘이 빠진 적도 있었다. 이처럼 파란 가을 하늘이 대표적인 가을의 이미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처럼 흐린 가을 하늘도 왠지 모를 쓸쓸함에 취해 센티멘탈 해 질 수 있는 낭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극치의 가을 느낌일 것이다. 나도 이런 흐린 가을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왠지 그리운 이에게 편지 한통을 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비가 오는 가을하늘은 너무나 차분하다. 곧 성큼 다가올 쌀쌀한 겨울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이런 날은 어린이집 바로 앞 뜨레쥬르로 우산도 안 쓰고 비 사이를 뚫고 달려가 좋아하는 친구와 혹은 신랑을 불러 내 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진다. 커피 향에 취해 하루 종일 커피숍에 앉아 통유리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는 슬픈 가을비와 회색 빛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감상하며 말없이 한참을 그냥 같은 곳을 바라만 보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멍하니 있고 싶다. 또로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의 춤 솜씨를 바라보며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고도 싶다.
해질 무렵 서쪽 가을하늘은 어떠한가. 바로 가을하늘의 노을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유달리 예쁘게 물들어 아주 우아한 붉은 양탄자를 수놓은 듯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꼭 퇴근시간 무렵이어서 차안에서 운전하면서 들려오는 발라드 곡과 어우러져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보고 싶은 이를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글썽여지는 상념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노을하늘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신들도 시샘하는 지 빨리 밤을 내려 보내는 것 같다. 어찌나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지 순식간에 하늘을 물들이고 캄캄한 밤에 밀려나 없어져 버린다. 너무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캄캄한 밤하늘에는 보석같이 반짝이는 별들과 다양한 모양으로 뽐내는 달이 있지 않는가. 날씨가 쌀쌀해 질수록 가을 밤하늘은 더 높아지고 별들도 더 밝고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 같다. 별똥별이 하나 떨어 질려나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소원을 빌 준비를 해 본다.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지나 온 날을 되돌아보고 깊이 반성해 보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의미한다. 아무리 바쁜 삶을 살고 있어도 여유를 가지며 잠깐의 행복을 누릴 자격이 나에게도 있지 않겠는가.
하루하루 후회 없고 부끄럼 없는 삶을 산다면 이렇게 멋진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마음도 아주 평화롭고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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