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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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해 지는 쪽으로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창비
햇살동냥 하지 말라고 밭둑을 따라 한줄만 심었지. 그런데도 해 지는 쪽으로 고갤 수그리는 해바라기가 있다네.
나는 꼭,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벗 그림자로 마음의 골짜기를 문지르는 까만 눈동자, 속눈썹이 젖어 있네.
머리통 여물 때면 어김없이 또다시 고개 돌려 발끝 내려다보는 놈이 생겨나지. 그늘 막대가 가리키는 쪽을 나도 매일 바라본다네.
해마다 나는 석양으로 눈길 다진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돌아보는 놈이 되자고. 굽어보는 종자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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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역사를 아십니까. 우리가 날마다 눈을 맞추고, 때로는 어깨와 등을 어루만지기도 하는 그 존재의 역사를 아십니까. 우리는 한 사람의 역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눈빛에서, 삶을 짊어진 어깨와 단단한 등에서 그의 역사를 헤아려 볼 뿐입니다. 헤아림이야말로 우리가 다른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동입니다. 헤아림이 없다면 이해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밤을 새워 별을 헤아리는 천문학자처럼 서로를 연구하고 살피면서, 그 존재를 이해해 나갑니다. 그 끝에는 어떤 결론이 있습니다. 같은 결론을 여러 번 마주치다 보면, 그것은 이론이 됩니다. 제가 아는 이론은 한 사람의 역사는 결국 선한 길을 걷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어둠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치열하게 미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아주 부끄러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무너지고, 커다란 멍 자국을 안고 일어섭니다. 어둠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은 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가 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수그리고, 지난날이 몰고 오는 폭풍에 휘말립니다. 돌부리가 있으면 번번이 넘어집니다. 그것은 우리의 어리석음이고 정직함입니다. 그 어리석음이 결국 우리를 선한 역사로 이끄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여러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그들의 역사를 헤아려 봅니다. 흐린 날에 별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슬하고 어렴풋합니다. 그 어렴풋함만 믿고서 남들 앞에서 아는 체하거나, 그들의 말을 함부로 판단했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진짜 어리석음이 있다면 이런 것이겠지요. 우리가 다른 이의 역사를 헤아리면서 알게 되는 것은 우리는 닮은 점이 많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삶의 어둠을 훌쩍 넘어 달아날 수 없으며, 밀려오는 폭풍 앞에 초연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실망과 반성을 거듭하며 살아왔고, 그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에게는 그 순간을 헤아려주는 이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빛을 누리는 만큼, 서로의 그림자를 살펴주고, 어둠을 껴안아 주며 함께 걸어간다면, 우리가 걷는 역사는 분명 선한 길이 되지 않을까요. 선한 역사는, 어둠을 거듭하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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