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6-29
1심, 경찰 압수수색 증거 불인정…영장주의 원칙 위반
재판부 “범죄 없었단 뜻 아냐”…뇌물 시행사 실사주는 징역형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금품·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합천군청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년여간 합천군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역 사회에 파장을 몰고 왔던 '합천호텔 비리 의혹' 사건에서 핵심 피고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향후 군 행정 책임론과 관련 행정 징계 절차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차동경 부장판사)는 18일 거창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금품 및 향응 수수(뇌물수수)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행정 5급) 씨, 공무원 B(행정 6급) 씨, 그리고 C 전 합천부군수 등 공무원 피고인 3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신분인 합천군 현직 공무원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1심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검찰은 징역형 외에도 피고인 A씨에게 벌금 200만 원과 추징금 약 310만 원을, 피고인 B씨에게는 벌금 560만 원과 추징금 280만 원을 각각 병과해 선고할 것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인 거창지원 제1형사부는 공무원 전원 무죄 판결과 함께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도 잇따라 내려졌다.
재판부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시행사 실사주 K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던 유 모 전 국회의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으며,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D 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9억 62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 쟁점은 시행사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고액의 향응이 호텔 사업 및 특정 시설 운영권 입찰과 연계된 '뇌물'이었는지, 그리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이 법적으로 정당하게 수집됐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2020년 5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호텔 사업 시행사 K 씨로부터 400만 원 상당의 고액 술접대를 받은 점을 조명했다.
특히 술접대 바로 다음 날이 영상테마파크 내 한옥 숙박시설인 '우비정' 운영권 입찰 마감일이었고, K 씨 측이 이를 낙찰받은 점을 들어 향후 거대 호텔 프로젝트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자 대가성 뇌물'이라고 보고 중형을 구형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인 영장주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검찰 측 핵심 증거의 능력을 전면 배척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경찰은 당초 K 씨의 배임 등 재산범죄 수사를 위해 확보했던 임의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압수자인 K 씨에게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피의자의 정당한 압수수색 참여권이 보장되지 못했고, 압수한 물품 목록을 전달하는 절차마저 지연되는 등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최초 압수수색으로 얻은 1차 증거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파생된 2차 증거들 역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서 공무원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범죄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제휴기사(경남일보 김상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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