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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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삼대의 입맛 이근화 「슬픈 삼각형, 웃긴 사각형」 / 창비교육
할아버지 할머니는 막 버무린 겉절이를 좋아하신다 숨도 죽지 않은 배추가 생생하다
엄마 아빠는 김치전을 좋아한다 함께 먹는 막걸리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언니와 나는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맵짠 국물에 푹 익은 돼지고기가 반갑다
동생들은 아직 김치를 못 먹는다 다행이다 동생들까지 김치를 먹기 시작하면 김치가 모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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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남매 가운데 막내예요. 막내라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는데, 실은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착한 누나들을 만나서 먹을 것, 쓸 것 뺏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거든요. 우리 집은 항상 먹을 것을 공평하게 나눴어요. 찐빵은 한 개씩, 만두는 두 개씩. 내가 만두 두 개를 홀랑 다 먹어버리고 입술을 씰룩거리면, 큰누나는 자기는 만두 안 좋아한다며 내 밥그릇 위에 자기 만두를 올려주곤 했어요. 식구들은 다행히(?) 입맛이 다 달라요. 누구는 생선을 좋아하는가 하면, 누구는 바닷냄새만 맡아도 밥맛이 떨어져요. 그런 우리 식구들이 함께 좋아하는 것이 바로 김치에요. 우리 집 김치. 생김치도 신김치도, 김치찌개도 김치전도 다 좋아해요. 어머니는 김치를 한 번도 사 먹어 본 일이 없으시대요. 할머니도 당연히 그랬고요. 식구가 많아서, 김장하는 날에 어머니는 하루 내내 허리 한 번 필 시간도 없었어요. 그게 너무 당연해서, 저도 김치를 사 먹어 본 일이 없어요. 마트에 파는 김치맛은 친구 자취방에서나, 동네 김밥집에서 맛본 게 전부예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운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고. 엄마한테 고추장도, 간장도 다 배웠는데 김치 담그는 걸 못 배웠다고. 내가 하면 그 맛이 안 나서 엄마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고 그러셨어요. 그해 겨울. 저는 수첩을 들고,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김장을 배웠어요. 늘 옆에서 돕기만 했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건 처음이었어요. 배추 하나하나 칼집을 내서 절이고, 씻고, 양념을 만들고, 하나하나 치대고······. 할 일이 이렇게 많구나. 깜짝 놀랐어요. 김장을 모두 마치고 나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어요. 어머니가 보라색 고무장갑 낀 손으로 갓 삶은 수육에 김치를 돌돌 말아 입에 넣어 주었어요. 저는 냉큼 받아먹고는 입가에 묻은 양념까지 야무지게 훔쳐 넣었어요. ‘그래, 이 맛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아는 그 맛. 우리 집 김치. 지금은 수첩에 적은 레시피를 스마트폰에 옮겨 두었어요. 언젠가 어머니 없이 김치를 담글 날도 오겠지요. 혼자서도 열심히 할 거예요. 근데 정말 그 맛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레시피는 완벽한데, 뭔가 그 맛이 아닐 것 같아요. 무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가 빠졌다고 느껴질 것 같아요. 또 그걸 찾고 싶어지겠지요. 어머니가 그랬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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