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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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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사단 공병대대 일병 최현수

 

합천지역에 장마로 인해 집이 침수되고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는 뉴스를 접했다. 3자의 입장에서 수해 피해의 현장 정확히 바라보기는 힘들다 보니 지역민들의 수해에 대한 무서움과 허탈함의 크기를 알 수 없었다. 수해복구 대민지원 참석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다녀왔던 용사들의 이야기를 교훈삼아 들었지만 오히려 긴장과 두려움으로 머릿속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울며겨자먹기 심정으로 버스에 타고 합천지역 현장에 도착했다.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현장의 참혹함은 컸다. ”토사로 가득찬 침수된 비닐하우스 130, 널브러진 각종 장비들, 침수된 쌍책면 가옥들, 강에서 떠내려온 잔해와 쓰레기, 침수된 농자재, 결국 일터를 잃은 주민들...“ 이 모든 것을 보고 나서야 내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나는 분주하게 작업에 임하는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내 임무는 비닐하우스의 망가진 부분을 제거하고, 비닐을 뜯어내는 작업이었다. 뼈대는 물결처럼 휘어 있었고, 찢어진 비닐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35이상의 폭염과 비닐하우스 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였다. 우리 공병대대 용사들은 얼음물을 먹고 몸에 부어대며 작업에 임했다. 빨리 작업을 끝내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현장의 처참함과 주민들의 그늘진 얼굴을 접해서일까? 이상하게도 힘들다고 말하는 용사가 하나도 없었다. 서로 농담을 위안 삼아 더위를 이겨내며 작업에 임했고, 유독 힘들어하는 동료에게는 음료수를 가져와 얼굴에 대주며 힘을 북돋아 줬다.

 

우리가 작업한 곳은 딸기를 재배하는 곳이라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 않아서 피해가 적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접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고추농가도 있었다. 농사가 한창 진행 중에 수해를 입은 고추 농사 주민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편한 작업을 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은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음식을 제공해주며 우리를 세심하게 챙겼다. 하지만 작업이 진척이 늦다 보니 도움이 크지 않은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대민지원을 지속하다 보니 어느새 요령이 생기고 능숙하게 되었고, 결국 합천지역의 수해복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합천지역 주민들이 모두가 웃으면서 나와 환송을 해줬다. 주민분들의 환한 미소에 왠지 모를 뿌듯함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복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에 가슴 한편이 저며왔다. 그동안 우리 군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자원봉사단 등 민··군이 화합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병대대 용사들은 지금 하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에 기뻐했고, 어떤 재난상황이 온다고 해도 습관처럼 척척 과업을 해낼 것으로 믿는다. 내년에는 식품 코너에 원산지 합천, 딸기, 고추라고 적힌 제품을 보고 빙그레 웃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 본다.

 

합천지역 주민 여러분 정말 맛있는 점심도 먹고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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