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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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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꿈꾸는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 김홍애

 

우리 지역아이센터에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10살 된 아이가 있다. 또래들보다 체격도 왜소하고, 잔병치레도 많이 하는 이 아이는 겁까지 많다.

 

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영화를 보여주는데, 겁이 많은 이 아이를 위하여 영화선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얼마 전, 군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남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군인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대신 그 군인의 군복만 고향에 전달되는 장면이 나왔었다. 아이는 영화를 보다 말고 선생님에게 군인이 죽었어요?”라고 묻더니 이내 손 등으로 눈을 비비며 울기 시작했다. 점점 더 서럽게 우는 아이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한참을 달래주어도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영화 속 군인에 대한 연민과 불쌍함, 안타까움 때문에 운 것일까 라는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면서 아이를 위로했다. 하지만 아이를 보듬어주는 과정에서 아이가 그렇게 서럽게 운 이유가 그것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공포에 질려있었던 것이다. 미세하게 느껴지지만 온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 혹은 우리 어른들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느낀 감정과는 전혀 다른,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몹시 두려운 감정에 휩싸여 있는 듯이 보였다.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두려운 감정이기 때문에 지독한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아이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나만의 두려움이 따로 있었다.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게 두려움을 준 것 역시 한 편의 영화다. 평화를 외치며 지구를 침범한 외계인들이 총으로 사람들을 쏘아대기 시작했는데, 그 총에 맞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살이 없어지고 뼈까지 없어지다가 순식간에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몸에 상처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져 버린다

 

도망 갈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고, ‘죽음그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으며 난생처음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에 빠지게 되었다.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으며 생각하면 할수록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얘기해도 이상한 아이 취급만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우 잠에 들었다가 동녘이 어스름한 이른 새벽에 일어난 나는 또 다시 몰려오는 두려움에 어쩔 바를 모르다가 무작정 옷을 입고 우리 앞집에 사는 큰 집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부터 할머니는 분주히 몸을 움직이며 집안일을 하고 계셨다. 할머니를 보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할머니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안방에 이부자리를 마련해 주시면서 좀 더 자라고만 하셨다. 할머니 덕분에 오랜만에 달콤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내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상행동을 보이자 아버지는 나의 목소리에 경청하기 시작하였으며 아버지도 어릴 때 죽는 것을 무서워했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거짓말처럼 나의 두려움이 반은 줄어들었다.

 

나는 아동이 느끼는 두려움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동을 품에 꼭 껴안고 아동의 두려움에 대해 인정해주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동의 두려움이 반으로 줄어들기를 기대하면서 아동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선생님도 어릴 때는 영화를 보면서 몹시 무서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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