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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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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숙

합천고등학교 근무

2017~현재 기초학력향상 개발 위원

 

지난 주말 대구시청별관에 갔다. 딸아이가 자원봉사자교육을 받기 위해서이다. 학업 때문에 힘들어 이해타산을 따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봉사에도 열심이다. 어릴 때도 동생먼저 살뜰히 챙기는 배려심 깊은 아이였다. 힘들어도 내색도 않던 아이라 안쓰럽고 더 애틋하다. 장녀로서의 무게가 버거웠을 텐데 짜증 한번 안내고 이름처럼 한결같다.

 

남편이 함께 가지 않는 것이 섭섭했지만 의사를 존중하여 아이들만 데리고 출발했다. 주말이면 늘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편이라 당연히 남편도 같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밭에 가서 일하며 운동하고 오겠다고 했다. 주말이면 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돌보고 운동하는 것이 취미이자 즐거움으로 아는 남편이다. 우리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밭에 가서 잡초도 뽑고 당파도 솎으면서 도란도란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에 앉아 마시는 보이차 한 잔은 세상 시름을 잊게 한다. 늘 전원생활을 꿈꾸는 나에게 텃밭 가꾸기는 자식농사와는 또 다른 기쁨이다. 뽀족뽀족 올라오는 어린 상추잎을 쌈장에 찍어 먹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이런 재미를 마다하고 대구를 향하니 아쉬웠다. 남편이 함께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음악을 들으며 차창 넘어 보이는 신록의 푸름과 파란하늘이 주는 넉넉한 여유로움이 좋았다. 가끔씩 풍기는 자연의 향내가 맘까지 설레게 하였다. 고령을 지나 대구에 다다랐다.

 

딸아이가 갑자기 대구시청별관이 시내 대구시청 옆에 있는 것인지 물었다. 검색해보니 경북도청에 있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난감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어찌하랴. 서부정류장을 지나 급히 유턴을 하였다. 갑자기 차에서 기름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급한 마음에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별일 아닐 거라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기다리자니 화가 치밀었다. 아이에게 폭풍잔소리를 하였다. “니는 도대체 왜 그러노. 두 개로 검색되면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지...” 평소 치밀한 아이가 실수를 하는 것에 화가 났지만 감정이 상할 것 같아 애써 화를 억눌렀다.

 

딸아이는 그냥 버스타고 갈 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먼저 집에 가라고 한다. 발이 아픈 엄마한테 운전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사과를 한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다른 아이가 실수를 하면 바쁜데 신경을 못 쓸 수도 있지. 괜찮다고 하면서. 엄마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아이에게 장소를 정확하게 안 알아봤다고 화부터 내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세상을 살다보니 빡빡한 일정에 내 잘못을 되돌아보기보다는 남을 탓하는데 익숙해졌나보다.

 

차안은 덥고 서비스센터에서 생각보다 연락이 늦어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막내는 아무 말 없이 부채질을 한다. 차 수리 걱정에 짧은 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택시를 타고 보내야하나. 만감이 교차했다. 침묵을 깨고 전화벨이 울린다. 서비스직원은 친절하게 차의 상태를 묻고는 에어컨을 켜서 기름 냄새가 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30분을 달려 경북도청에 도착하였다. 늦지 않아 다행이었다. 5시간동안 기다릴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막내는 백화점에 가서 기다리자며 손을 이끈다. 수학여행갈 때 입을 옷을 사달라며 애교를 부린다. 남편 운동복과 장남 바지도 덤으로 사고 주스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3시간쯤 지나자 딸아이에게 30분정도 일찍 마친다는 문자가 왔다. 기다리기에 지친 막내는 금세 방긋 웃는다. 2인 막내가 밖에서 5시간을 기다리기에는 힘든 나이인데 함께 기다려주어 고마웠다.

 

딸아이는 교육기념으로 받은 기념품을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힘들었을 텐데 내색 하지 않고 교육내용을 재잘거리며 신나했다. 딸아이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대학적응하기도 힘든 시기인데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지금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로 힘든 대학시절을 잘 견뎌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가 길고 힘들었지만 딸아이로 인해 기쁨이 더 한 날이었다.

 

뿌듯해하는 딸아이를 보며 자신의 꿈인 특수교사가 되는 것을 상상했다. 소망대로 절망보다는 희망의 꽃을 피우는 특수교사로 성장하기를 바래본다.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언제나 빛나고 아름다운 꽃길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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