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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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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동부농협 한원교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는 언제나 행복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휴가를 자유롭게 떠나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병치레로 병원을 드나들기가 일쑤라 먼 곳으로 가는 여행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모두가 건강할 때를 기다려 휴가를 준비한다. 여분의 귀저기, 분유, 옷 등을 미리 준비하여 이삿짐을 챙기듯이 승용차 안에 실은 아이들의 물건으로 가득했다. 이제는 중, 고등학생으로 성장해 함께 외출을 할 때면 스스로 챙기는 수준을 넘어 제법 멋을 내기위한 손놀림으로 바쁘다. 아이들은 외출 준비가 끝나면 화장하고 있는 엄마에게로 다가가 머리스타일에서 옷 색상까지 간섭을 한다. 특히 막내가 코디해주는 스타일이 만족스러운지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차려입고 나온다.

 

매년 가족의 여름휴가는 발품을 파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태안반도에서 늦은 밤까지 낚시에 즐겼던 일, 통일전망대에서부터 영덕까지 내려오며 구석구석 문화유적지를 탐방 한 일, 제주도에서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구석구석 구경 한 기억, 중국청도에서 민박을 하며 새로운 세상을 체험했던 일. 힘은 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하다.

 

지난 여름에는 사정상 하루만 다녀오자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목적지와 일정은 집사람과 아이들이 정하여 움직이기로 했다. 행선지는 서울로 정했다며 딸은 휴가 일주일 전에 버스표를 예매하고, 동생들과 계획하면서 즐거워한다. 휴가 가는 전날 밤 아내는 아침 7시차로 출발해야한다며 일찍 서둘러 줄 것을 당부한다. 장시간 버스로 이동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늦은 밤까지 간식과 음료를 준비한다. 다음 날 아침 가족 모두는 휴가의 단꿈에 젖었는지 늦잠에 빠졌다. 늦은 기상으로 평소 섬세하게 준비하는 것과 달리 대충 단장을 하고 버스시간을 맞추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버스터미널은 차로 2,3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 엄마와 막내, 큰 아들과 나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 딸은 자신이 예약한 자리로 좌석번호를 찾아간다. 어린 시절에는 자가용이 대중화 되지 않아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어떤 노인은 짐 보따리를 한 아름 등에 지고 와서 잃어버릴까봐, 이 물건은 냄새도 없고 깨지는 것 도 없어 차안에 두어도 된다며 운전기사와 실랑이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버스가 출발하자 멀미 하는 사람, 큰아들 집, 친척 집, 병문안, 장례식, 결혼식에 간다며 초면이지만 시끌벅적대며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오늘 날 버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함께 탄 승객들은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거나 TV를 보면서 조용히 마중 나올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이 전부이다. 낯설지만 정겨움을 느끼는 시골냄새 보다는 도시민의 삭막함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버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차에 앉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자연스레 눈을 감는다. 어릴 적 버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고 편안하다. 조금 불편함이 있다면 텔레비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끊어졌다가 이어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승객들의 궁금증을 더해준다. 텔레비전에서는 출연자들이 아이들에게 받은 최고의 효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연예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낙지볶음을 자녀가 사가지고 와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고 이야기 한다. 다른 사람은 등산화를 선물 받은 이야기, 아들이 5살 때 앓은 가성콜레라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잘 자라주는 것이 효도라고 한다. 연예인들은 자식들에게 특별한 효도를 받는다고 여겼는데, 평범한 우리 생활처럼 과장되지 않은 순수함을 볼 수 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소박한 선물하나 드리지 못해 가슴이 짠했다. 우리부부가 신혼시절 전셋집에 생활하면서 알뜰히 저축하여 아파트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부친 생신에는 의례적으로 주위 친한 친구 분들과 식당에서 치러왔다. 아버지는 생신잔치를 막내 집에서 하자고 일방적 통보하신다. 완고한 아버지의 한마디에 아내와 어머니는 대꾸 한번 못하고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아버지에게 식당도 많은데 새로 이사 온 집에서 해야 되는지, 시골노인은 담배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운다고 화를 낸 기억이 난다. 막내를 결혼시켜 놓고 안정된 보금자리를 친구 분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읽지 못 한 것이 후회가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물질적으로 받는 것만 효도가 아니라 무탈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효도라고 느끼는 원로연예인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버스는 금강휴게소에 도착하고 20분 정차 후 출발하겠다는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옆 좌석에서 자고 있던 큰아들은 방송소리에 눈을 떴는지 창가의 풍경을 보고 있다. 휴게소 아래로는 금강의 물줄기가 오랜 가뭄에 익숙해있는지 유유히 흐르면서 낚시꾼을 하나 둘씩 불러 모은다. 여유로움이 주는 행복에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간식과 음료가 오늘따라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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